온전하게 허허로운 백수가 되고싶어
일찍이 초등교사라는 출근의 옷을 벗고,
서른 해가 넘도록 莊周의 도포자락 부여잡고
구름 밟는 걸음으로 <길>을 간 사람이 있었다
- 懷 趙熙均 先生 (조희균 선생을 그리며...)
- 풀잎사람 @ hanmail.net
오늘도 안목 바닷가 한쪽 백사장에 비스듬히 앉아
"바다는 받아주지 않음이 없다"고 낮게 읊조리며
胡蝶의 꿈에 젖어 있는 그를 금방 찾아낼 것 같은
뜨끈하고 아련한 아쉬움과 그리움 피어나
그가 남긴 책 <莊子의 길>을 또 다시 읽으며
자꾸 지워지는 마음 흔들어 은행나무에 새겼다
- 不知 周之夢爲胡蝶與
(알 수 없구나,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는가?)
- 胡蝶之夢爲周與
(나비가 지금 장주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깊은 자책과 오랜 무의미를 반추하면서도
머지않아 다가올 노년이 그의 황금시절이 될 거라고,
몸이 늙고 병든다 해도 세상과 더불어
그러나 그는 홀로 길가는, 獨行하는 이가 되어
'내 안의 내가 없는 이 삶'을 즐거워할 것이라던 그는
몇 해 전 홀연히 우리의 곁을 바람처럼 떠났다
- 희균은 세속을 살되 늘 깨어있고
- 깨어있으되 어느새 바람 옷 입고 바람이 되니
- 저리 조 소나무에 앉아 흔들린다고
- 이제 무심의 무위, 무위의 무심이 깨어진다 하리
그의 오래된 친구 시인 최돈선의 노래처럼,
'십승지에 가 있는 사람'이라 불러주었던
소설가 이외수의 출간 축하 말처럼...
無用의 나무들이 자라 無爲의 숲을 이룬
2천 3백여 년 묵은 '莊子의 마을' 입구 쯤에서
고요한 행운을 품고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화사하던 물철쭉이 피었다 스러질 때까지
정선 숙암에서 <莊子의 길>을 매만지며
무위의 숲을 그리던 그의 노래를 함께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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