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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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의 무위당 별곡

別曲外傳 6 - < 하얀 마음 >

石羽 2021. 12. 1. 18:47

삼십 년 전 내 몸뚱이의 어두운 구석에서

알 수 없는 그(病)가, 운명의 눈을 처음 뜨고부터

모든 일상과 사유를 넘어 무의식의 바다까지, 우리는

살아있음의 의미에 대하여 혹독하게 싸워 왔다

 

아슴한 기억의 그림자까지 잃어버리고 마는

레테의 강을 네 번쯤 넘나들며 풀잎처럼 깨어날 때마다

뼈마디가 아리도록 무언가를 부여잡았던 손을 펴면

야윈 손가락 사이로 유년의 모래알처럼 흘러내리던

 

텅 빈 손바닥에 무게도 없는 허망함만 남기고

서둘러 의식의 저편으로 빠져나간 그것,

이후 세월이 이슥해지도록 거울이 된 그와 보대끼면서

가끔, 혹은 언제나 그리움처럼 아쉬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혹, 오래전부터 거울이 된 그와 알량한 목숨의 사이

그 선명한 경계를 잊지 못해 하얗게 탈색되어

그림자처럼 너덜거리는 내 마음이 아닐까?

 

- 放下着 방하착

(마음 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내려 놓아라!)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께 물었단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내려 놓거라 (放下着)."

"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

"그러면 지고 가거라 (着得去).“

 

질문하려는 마음,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텅 빈 마음, 즉 마음의 실체를 일컫는 뜻이란다

 

바람처럼 고개 넘어간 선사들의 화두가 부러워

지난해 송화가루 날리던 사월에, <放下着>

결 까다로운 느티나무 얻어 매달린 적 있었다

 

어쩌다 푹 익은 이 계절에 만난 다릅나무

진고동 검은 얼굴에 노란 속살을 만지작거리다가

또 다른 <放下着>을 음양각으로 새기고

빈 배 한 척 띄우는 심사로 하얗게 덮었다!

 

온통 바위를 닮은 다릅의 구석이 영 허전하여

그렇듯 내려놓고 멍 때리는 선비 한 분 모셨더니…

잔뜩 취한 소리로 노래하듯 내게 읊조린다

 

- 야, 이놈아!

- 하얀 옥양목 같은 마음도 걷어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