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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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쓸만한 것들!~.

친구 최성각이 딸에게 준 글

石羽 2013. 3. 6. 10:16

 

딸에게 아빠가 쓴 편지

오늘은 복된 날, 기쁨과 감사를 감추지 말자


사랑하는 나의 작은 딸, 주원아!

네가 오늘 결혼을 하는구나.

예쁘게 잘 자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오늘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니, 참으로 보기좋고, 기쁘고, 고맙구나. 재작년 가을에는 네 언니 세민이가 결혼하고, 이제 너마저 결혼을 하니 엄마 아빠의 삶은 이제 다른 굽이로 넘어가는구나. 자식의 혼례를 치르는 일이야말로 한 가정을 이룬 부모가 만날 수 있는 가장 벅찬 순간인데, 우리는 이제 그 두 번의 경험을 다 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빠가 여기까지 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구나.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다 그렇겠지만, 참으로 여러 일들을 겪고 나서야 여기까지 왔구나. 흔한 말로, 세파와 내 속에서 일던 크고 작은 격랑으로 매일같이 흔들리고 멀미나는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구나. 아빠가 조직 속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하는 삶을 살지 않았기에 아빠 삶의 기복과 격랑이 아마도 더 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희들은 옥수수처럼, 춤추듯, 오로지 자라는 일만으로도 바쁘고 겨워 아빠한테 일어난 일에는 무심하기만 했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비틀거리고 흔들릴 때마다 늘 너희들로 인해 간신히 중심을 잡았으니, 너희들을 혼인시키게 된 이즈음에 깊이 감사할 사람은 바로 이 애비로구나.


한 사람의 의젓한 성인이 되어 오래도록 같이 살아갈 사람을 만난 너에게 아빠가 할 말은 주책없이 했던 말을 다시금 되뇌이게 되니, 그저 "고맙다"는 말뿐이다.


우리가 딸과 애비의 인연으로 만난 이래 너희들은 아무 데도 간 적이 없고,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말인 '시집 간다'는 표현만은 왠지 오늘 사절하고 싶구나. 네가 산등성이 너머 어디 먼 곳으로 영영 가버려 무슨 생이별을 하는 게 아닌데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롯하게 한 가정을 이루고, 네 신랑을 잘 키워주신 새 부모님을 만나 네 삶이 확장된 일이니, 그 표현은 영상통화를 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지 않겠는가 싶어서이다.


한 세상 살아내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그렇다고 감당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일만 연속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할 때에도 어려울 때에도 우리에게 허락된 삶은 끝없이 우리를 단련시키고 성장시킬 것이다. 그래서 삶이란 어떤 경우에도 소중한 것이고, 우리가 아무것도 투자한 것 없이 받은 귀한 선물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사람은 내면의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할 일은 아름다운 결정, 아름다운 행동, 의연하고 당당하고 의젓한 삶을 작품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이다.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덤불과 곳곳에 비탈과 벼랑이 있어 더러 넘어지고 깨지고, 아득하고 막막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부적처럼 지니고 꿋꿋하게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이제 두 손을 꼭 잡은 너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너는 또한 새 부모님을 만났으니, 이 놀라운 사건에 경탄하고 감사해라. 네 이상의 모습을 서둘러 보이기 위해 애쓰지 말고, 항상심으로 네 본모습을 드러내면서 새 부모님을 섬기고 극진하게 공경하기 바란다. 너희들이 부모를 섬길 시간은 너희의 삶보다는 짧을 것이니, 너희들은 머잖아 부모의 노쇠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너희의 삶과 태도에 따라 노년에 든 부모들의 삶의 성패 또한 좌우될 것이니, 너희가 아름답게 살면 우리 부모의 노년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가족은 의무의 관계이기 이전에 사랑의 관계, 네 노력 이상의 감당치 못할 사랑의 답례를 받을지니, 그렇다고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말거라.


지금 세상은 예전과 달리 우리 본성 중의 하나일 뿐인 물질적인 욕망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욕망은 잘라도 곧 돋아나는 히드라 같아서 쉽게 끊을 수도 멎게 할 수도 없는 일, 좋은 본성은 세차고 질긴 욕망 앞에서 비 맞은 종이뭉치처럼 풀어지곤 할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욕망을 가꾸면서 이 대지 위에 두 발을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언제나 너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수입의 일부를 사용하면서 살기 바란다. 그것이 결국 너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아빠는 확신한다.


사랑은 감미롭고 불같지만 때로는 좋은 약처럼 쓰고, 타오르던 불은 쉽게 꺼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단 한 순간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지는 말아라. '사랑을 믿는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나보다 나은 이에게는 존경과 함께 그 존경할 만한 일들을 흉내 내고, 나만 못한 이들에게도 눈쌀 찌푸리기 전에 애써 배울 것을 찾아내기 바란다.

또한 이 세상이 '너희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더 아름답고' 너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정의가 실현되는 데에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도록 애써라. 정직한 시민단체 한두 개쯤에 소액이나마 후원을 하면서 살아라. 그것은 이 세상의 주인이 본래 너희이기 때문이고, 거기 속해 있는 너희의 삶을 남루하고,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덧붙이자면,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지니고 이 지구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검소하게 살기 바란다.


너희의 혼인을 치르고서야 엄마와 아빠 역시 비로소 한 사람의 온전한 어른이 되었으니,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감사와 기쁨을 감추지 않으련다.

오늘은 겸손하게 복을 청하고, 또한 복을 짓겠다고 다짐하는 날.


기쁘구나, 아름다워라.

고맙구나,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