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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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라 별곡 53 - 길에서 길을 묻다 04 <어성전 명주사>

무참했던 80년대에 소주를 밥먹듯이 하며 한국화를 독학하던 지독스런 선배가 한 분 계셨다.... 단오 굿 구경하는 촌로 그림으로 운보 김기창의 후소회 작품전 대상을 받은 바 있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날카롭게 마음을 베는 붓끝을 목숨처럼 잡고, 요절한 그 선배의 유골을 안고 허리..

하슬라 별곡 52 - 길에서 길을 묻다 03 <아득한 하늘, 보리암>

무엇으로 사찰(절)과 암자를 구분짓는지... 계곡의 끝자락에... 오밀조밀 구색 갖추어 지은 보리암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한숨과 자비를 섞은 듯한 중저음의 염불소리에 바람섞인 햇살마져도 가느랗게 어설픈 회색빛 마음 속으로 차분히 나비처럼 내려앉더니 삼성각 목불의 어깨 너머로 ..

하슬라 별곡 50 - 길에서 길을 묻다 01 <낙산사 홍련암>

중생의 어리석음을 구제하려던 붓다의 거룩한 가르침이 세상 구석까지 등을 밝히는 날 깊이를 모르고 가라앉는 쑥부쟁이처럼 구겨진 몸 그 껍질에 갇힌 정신 자락이라도 몇가닥 추스리려 길을 나선다. 벼랑 소나무 그늘 의상대에도, 파도 소리 허공 속 홍련암에도, 잊지못할 큰 불에 사..

하슬라 별곡 49 - 사랑은 어디에? <슬픈 어린이 날>

크고 작은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차분한 어린이 날이 써늘하게 물기먹은 바람과 여전히 펄럭이는 노란 리본 뒤로 어정쩡하게 저문다! 모든 위험에서 가장 먼저 구조되고 어른의 사랑을 먹고 자라야 할 천진난만 천방지축의 아이들이 원통한 형과 누나, 언니에게 그들만의 색깔로 ..

하슬라 별곡 48 - 민들레는 민들레 <삭지않는 시간>

네 살 ㅡ 일곱 살 아이들에게 작가 김장성이 속삭인다.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꽃줄기가 쏘옥 올라와도 민들레는 민들레" 라고.... 몇 날이 지나도 울음젖은 바람은 거칠게 불고 몇 밤을 지새우고도 청동빛 바다는 잠들지 못한다! 흔하게 지나는 세월로 흩어지는 티끌처럼 ..

하슬라 별곡 47 - 선재동자와 스님 <거울 속 얼굴-김종상의 시>

선재가 깨진 거울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스님, 제 얼굴이 깨져 보여요."... "깨진 거울이니까 그렇지." 스님은 깨진 거울에서 얼굴이 깨져 보인다고 해서 실제 얼굴이 깨진 것은 아니고 거울에서 얼굴이 사라져도 실제 얼굴은 그대로 있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도 거울에 비친 얼굴..

하슬라 별곡 45 - 빛과 그림자 <불투명한 거울>

하늘을 채우는 빗줄기 오늘도 그 바다에서는 시퍼런 억장이 무너지는데 누구는 가여운 영혼의 시신을 가로채고, 누구의 꽃은 분노에 쫓겨 문밖으로 나앉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가? 존재의 존엄은 이 하늘 아래 선명한데 더 선명해 뵈는 허상 저 그림자는 누구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