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속초에 들르게 되면
버릇처럼 몇 시간 걸리도록 걸어가 보던 동네
다시 무심한 터덜걸음으로 걷기, 칠 년쯤 되었나 보다
'아바이 마을'이라는 별칭이 품고있던 짙은 냄새마져
새로 세워진 큰 다리의 시멘트 교각 아래로
어둑하게 쪼그라들은 갯배터 처럼 희미해지고
청초호를 가로 너머 옛 수복탑 동네까지 이어진 길
두 개 다리 위를 쉴새없이 오가는 바쁜 자동차 행렬,
낯선 방문객들의 오색 빛깔, 시끄러움이 그득하다!
고향을 잃고 밀려온 사람이 떠밀려 만들었던 동네,
거친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시퍼렇게 들이치며
가난한 세숫대야를 어둔 허공에 날리곤 하던 밤
바람 갈피 구석마다 옹기종기 두러두런 모여
감출 수 없는 회한과 울분과 그리움으로
작은 호롱불 켜고 청동빛 울음 채우던 그 동네
어디론가 다시 밀려나며 스며들고 있는 동네
'청호동'의 잔상 위로 하늘 높이 치솟는 빌딩 숲
뒤를 보지않는 인간의 뻔뻔함을 다 알고있다는 듯
온몸으로 끝까지 밀려와 시멘트 벽에 부서지는 바다
뭉클뭉클 솟구치는 하얀 포말의 후유증으로 전해오는
천 년 묵은 찝찔함이 얄팍한 인간사를 지운다
아서라!
여기는 아직
그들의 동네, 청호동이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 초당별곡(2016.9)'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초당별곡 120 - 돌 속에 사는 친구 <만배보 이야기> (0) | 2017.10.06 |
|---|---|
| 초당별곡 119 - 노래로만 남은 사람 <영화 김광석 19960106> (0) | 2017.10.06 |
| 초당별곡 117 - 배치, 결합 그리고 변화 <또 다른 房을 위한 소품> (0) | 2017.10.06 |
| 초당별곡 116 - 끝없는 쓸쓸함 <영화 '공범자들'> (0) | 2017.10.06 |
| 초당별곡 115 - 진화하는 소통 <전국 교육연수원장 협의회> (0) | 2017.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