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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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랏다.../초당별곡(2016.9)

초당별곡 118 - 거기, 바람의 끝 <청호동 2017>

石羽 2017. 10. 6. 19:21


어쩌다 속초에 들르게 되면
버릇처럼 몇 시간 걸리도록 걸어가 보던 동네
다시 무심한 터덜걸음으로 걷기, 칠 년쯤 되었나 보다


'아바이 마을'이라는 별칭이 품고있던 짙은 냄새마져
새로 세워진 큰 다리의 시멘트 교각 아래로
어둑하게 쪼그라들은 갯배터 처럼 희미해지고


청초호를 가로 너머 옛 수복탑 동네까지 이어진 길
두 개 다리 위를 쉴새없이 오가는 바쁜 자동차 행렬,
낯선 방문객들의 오색 빛깔, 시끄러움이 그득하다!


고향을 잃고 밀려온 사람이 떠밀려 만들었던 동네,
거친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시퍼렇게 들이치며
가난한 세숫대야를 어둔 허공에 날리곤 하던 밤


바람 갈피 구석마다 옹기종기 두러두런 모여
감출 수 없는 회한과 울분과 그리움으로
작은 호롱불 켜고 청동빛 울음 채우던 그 동네


어디론가 다시 밀려나며 스며들고 있는 동네
'청호동'의 잔상 위로 하늘 높이 치솟는 빌딩 숲
뒤를 보지않는 인간의 뻔뻔함을 다 알고있다는 듯


온몸으로 끝까지 밀려와 시멘트 벽에 부서지는 바다
뭉클뭉클 솟구치는 하얀 포말의 후유증으로 전해오는
천 년 묵은 찝찔함이 얄팍한 인간사를 지운다


아서라!
여기는 아직
그들의 동네, 청호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