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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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랏다.../초당별곡(2016.9)

초당별곡 100 - '죽음의 한 연구' < 소설가 박상륭>

石羽 2017. 7. 14. 15:33


난해하기 짝이 없는 낱말들과
쉼표와 마침표의 제 기능을 가늠하기 어려운 문장,
얼토당토 않게 등장하는 경전 속 인물들과 그 대화...


꽤나 두터운 그의 소설 한 권을 안고
몇 달을 넘겨 뒤적거리며 끙끙 앓았던,
그야말로 '무의식의 주체'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40년 세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존재의 근원에 맞서 고투하던
소설가 박상륭이, 먼 땅 캐나다에서 죽었단다!


묘하게도 별곡 100번째 꼭지에
잊지못할 '형이상학적 소설가'의 죽음을 담는
아침, 감당키 어려운 더위가 시큼하게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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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형이상학 소설’의 대가, 박상륭 소설가 별세

ㆍ지난 1일 영면, 부인이 알려와…이민지 캐나다에서 암 투병

한국 ‘형이상학 소설’의 대가, 박상륭 소설가 별세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 등의 작품을 남긴 박상륭 소설가가 이달 초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7세. 

13일 문단에 따르면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작가는 지난 1일 캐나다에서 별세했다. 1969년 캐나다로 이주한 고인은 종교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간간이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일년에 한번쯤 국내에 들어와 문단의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곤 했다. 별세 소식은 고인의 부인이 국내 지인들에게 e메일로 부고를 전하면서 알려졌다.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김동리 작가(1913∼1995)로부터 수학했으며, 졸업 후 경희대 정외과에 편입해 다니다가 중퇴했다. 서라벌예대 동창생이었던 이문구 소설가(1941∼2003)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1963년 ‘사상계’에 소설 <아겔다마>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고, 한때 이 잡지의 편집자였다가 간호사로 전직한 지금의 부인과 결혼해 1969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캐나다 정착 초기에 병원의 시신 안치실에서 청소부 등으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소설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다. 죽음과 삶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고행적인 소설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 난해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고인이 구사했던 문장은 길었고, 하나의 문장 속에 괄호와 쉼표가 빈번히 등장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 복잡한 문장 속에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 신화와 민담,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였다. 그래서 생전의 고인은 자신의 소설에 대해 “잡설”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서사적 사실주의가 대세였던 한국 문단에서 고인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일부 평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꼽힌다. 김현 평론가(1942~1990)는 1996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이 소설에 대해 “이광수의 <무정> 이후 쓰인, 가장 좋은 소설의 하나”라고 평했다. 김사인 시인은 고인을 생전에 인터뷰하면서 “40년 가까이 존재의 근원에 맞서, 글쓰기의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는 박상륭의 고투는 가히 영웅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인은 <죽음의 한 연구>에 이어지는 속편 격으로 <칠조어론> 3부작을 1994년 완간했고, 2008년에는 장편 <잡설품>을 발표했다. <죽음의 한 연구>에는 중국 선종의 육조대사 혜능을 등장시켰고, <칠조어론>에서는 선종의 칠조대사를 가상으로 내세워 그의 설법을 담아냈다. <잡설품>에서도 가상의 인물인 팔조대사를 등장시킨다. 고인은 환갑을 맞던 무렵의 한 인터뷰에서 “(내 잡설들은) 전대인들이 흘린 그 이삭줍기 짓”이라면서 “그것을 빻아 죽 끓이기로 문학이라는 것을 해왔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132200005&code=100402#csidxf5f3aaf1377fe4585bc6e033610ee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