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못하는 졸음 탓이었을까?
속절없는 천부적 게으름이었을까?
그것도 아님, 펄럭이는 흔들림이었을까?
계절이 이슥하도록 참, 오래
초라한 내 안으로 도망간 그림자처럼
투박해진 손을 감히 끄적이지 않았다!
대관령 너머 뿌연 먼지를 비웃는 높은 하늘이
시새움 많은 바닷바람과 시덕거리는 날
문득 돌아본 화단에서 봄꽃들을 낯설게 만나다!
화려하게 깔린 꽃잔디 방석 틈새로
겨우 앉을 자리 마련하여 비좁게 올라온
무심하고 소박한 민들레 한 송이에서
이제 새로 피는 아이를,
활짝 피어 머뭄을 만끽하는 청년을,
서서히 떠날 준비로 머리 하얗게 바랜 노인을,
그리고
화려한 이름 멀리 보내고 남은
흐릿하고 쓸쓸한 흔적까지 만나다!
아릿하게 눈물겨운 날이다,
탈색하는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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