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래

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살어리 살어리랏다.../초당별곡(2016.9)

초당별곡 54 - 生老病死木 <초희차체험관>

石羽 2017. 2. 21. 14:18


어쩌다 들르게 되었을까,
허초희 생가 차 체험관 마당에...


누렇게 힘을 빼고 엎드린 잔디밭에
흐린 하늘을 향하여 비스듬히 기울어진
어쩌면 구차스럽게 거무튀튀한 나무 한 그루


몇 걸을 멀리서는 그져 온전한 줄 알았더니
다가서며 눈에 박히는 온통 복잡한 모양새가
마당을 떠난 저녁 내내 가슴에 돌을 쌓는다!


햇살 적은 서편 줄기엔 곰팡이색 검버섯 무성하고,
따스한 남쪽 면은 이미 상하여 후벼파인 속살을
색깔만 비슷한 덩굴 줄기에게 내어주고 비어가니,


모질게 거쳐갔을 대관령 풍우를 안고
그리도 스스럼 없이 북쪽으로 허리 꺾었는가,
매일 동쪽 담장을 타넘는 햇살은 무어라 인사할꼬?


그래도 높은 곳 하늘 향하는 옆줄기와 끝가지엔
흐린 오후 그림자 속에서도 푸른 물오름이 보이니
바야흐로 待春의 꿈틀거림은 아직 버리지 않은 듯...


한 그루 이름 모르는 겨울 裸木의 풍요,
그의 솔직하고 힘겨운 體露에서
속절없는 生老病死의 민낯을 범접한 날


두텁게 짙어지는 막연한 내 어둠 위에
살아있는 날의 부끄러운 의미를 짚어가야 할
正本과 糞本의 절절함을 희미하게나마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