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여인, 난설헌의 애잔한 시어와
못다한 개혁, 교산의 한이
아비 허엽의 이름으로 역사에 묻힌 땅...
'초당'에 다시 들다!
암울한 회색시대 칠십 년대 중반에
선생의 의미도 가늠하지 못한 못난 주제에
이 무성한 송림 속 교육대학에서
이 땅의 초등교사가 되어 떠났다.
세상이 일어서다 더 거꾸러지는 수 십년
울음 삼키며 말 잘 듣는 머저리로
바닷가, 산골, 탄광촌 아이들과 뒹굴다가
교육연구사의 이름으로 이 솔밭에 다시 오고,
네 해 동안의 퍼덕거림으로 조금 돋아난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다시
아이들 재잘거림 뜨거운 학교로 떠났다가
줄럭 녹아내린 몸에 가난한 영혼 한 줌 추스려
이제는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자라버린
이 소나무 숲으로 다시 오게 된 것은,
교사의 시작과 끝을 이 솔바람에 묶게 된 뜻은,
과연 어떤 인연의 질긴 가르침일까?
험한 산기슭, 깊은 계곡, 아득한 평원을
나름의 치열한 부딪침과 어울림으로 달리는 동안
강물의 기도는 이미 끝이 난 게 아닐까?
이곳 솔바람 속에서는 '바다'를 배울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
받아주고, 연결하고, 함께 어울리는 물
겸손과 평화의 마음으로 자유를 공유하는 물
잠들지 못하는 청동빛 바다의 가르침을
이 곳 초당에서
'만남과 배움과 보람'으로 그려내며
느릿한 몸짓으로 함께 어울려 춤출 일이다
내 남은 계절이 이슥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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