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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도에서 스러져간 젊은 영혼을 위해

石羽 2014. 4. 28. 11:48

 

이어도, 그 슬픈 섬 이야기

 

제주도 해녀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 중에 “이어도사나”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근래 들어 해양 주권을 둘러싼 인근 국가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다보니 이어도는 제주도 남쪽 149Km 지점에 있는 수면 아래 4-5M 지점에 있는 암초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설화되고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태풍관측을 위해 그 곳에 해양기지를 구축하기도 하여 우리나라의 관할구역이 된 바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 이어도는 어떤 구체적 지점에 위치하는 바위섬이나 암초를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바닷가에는 유독 불생불사의 이상향에 관한 전설이 많이 있는데 이어도도 그 숱한 이상향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중국에서부터 전래된 소위 삼신산 전설이 대표적입니다. 진시황의 책사였던 서불이란 자가 불로초를 찾아오겠다고 진시황을 꼬여 동남동녀 3천을 태운 배를 타고 찾아간 곳이 바로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의 세 산이 잇달아 있다는 삼신산입니다. 가을의 금강산을 봉래산이라 별칭한다던가 강릉의 옛 지명이 임영(臨瀛)이라 불린 것도 바로 영주산이 바라보이는 곳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바다가 삶터요 일터인 사람들이 수시로 만나는 것이 해난사고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사망 몇 명, 실종 몇 명, 부상 몇 명 순으로 보도합니다만 해난사고의 경우는 사실 실종이 사망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고 초기 몇 시간은 사망보다 실종이 더 위안과 기대를 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며칠 지나고 나면 실종은 그저 시신도 못 건졌다는 것 이외에 생존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실종자의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해 봅시다.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아들이 바다 속에서 시신이 되어 가라앉아 있다거나 외로운 표류물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제주 바닷가 아낙들은 죽은 남편이나 아들이 <이어도>라는 섬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믿음을 신앙화하여 현실적인 슬픔을 달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일찍이 소설가 이청준은 그의 소설 <이어도>에서 이런 정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습니다.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이청준 소설 ‘이어도'에서

 

실종자라 표기되었던 희생자들이 사망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의 억울한 영혼들이 이어도라도 가서 나머지 삶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의 마지막 기도가 되고 있습니다. 무슨 에어포켓이니 하는 것도 결국 허망한 꿈이 되고 있는 오늘 제주도 해녀들의 노래를 빌려서라도 그들이 이어도에서 못다한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어린 아들을 잃는 참척의 슬픔을 달래며 <유리창>이란 시를 통해 산새처럼 날아간 아들이 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별이 되었을 것이라는 정지용시인의 “외로운 황홀한 심사”를 가져봅니다.

 

젊은 영혼들이여 하늘나라에서 별이 되거나 이어도에서 영생을 누리시라. 다시는 이 땅에 돌아오거나 태어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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